'넷 제로'를 향한 항해…선박 탄소 포집·저장기술 선점하라

입력 2024-02-05 15:58   수정 2024-02-05 15:59


바다는 세계 경제를 연결하는 무역의 중심 창구다. 배는 커다란 바다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운송 수단이다. 이런 해운산업은 세계 탄소 배출량의 3%를 차지하고 있다. 해운 산업이 친환경적으로 변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이유다. 해운업계는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일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선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액화하는 ‘선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OCCS)’이 주목받고 있다.
“IMO 규제 못 맞추면 도태된다”
정부 차원의 해상안전 규제를 담당하는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해운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IMO가 제시한 해상운송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08년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2030년에는 2008년 탄소 배출량 대비 30%를, 2040년에는 80%를 줄이고 2050년에는 10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선박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설계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또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을 활용해야 한다. IMO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운송 1회당 40% 이상 감축하는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뒤집어 말하면 IMO의 탄소 중립 규제에 미치지 못한 기업의 경쟁력은 점차 낮아지게 된다. 해운산업의 여러 기업이 규제에 맞는 방법을 빠르게 모색하는 이유다.

선박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다양한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 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들 기술의 대안으로 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선상에 탄소 포집·저장 장치를 설치하면 탄소 배출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 탱크에서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75%에서 80%까지 줄어든다.

탄소 포집·저장 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춰줘 다양한 산업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가 숨 쉬는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빼내거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기 전에 잡아채는 기술로 아민(암모니아의 수소 원자를 탄화수소기로 치환한 형태의 유기화합물)을 이용한 탄소 포집·저장 방식이 대표적이다.

아민 기반 탄소 포집은 낮은 온도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배출된 배기가스를 냉각탑으로 보낸다. 가스가 차가워지면 흡수 장치로 이동한다. 흡수 장치 속에는 아민이라는 화학 혼합물이 있고, 가스는 아민 사이를 통과하게 된다. 아민은 탄소에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흡수 장치에 탄소를 붙잡아 둔다. 그리고 탄소가 빠진 배기가스는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걸러진 이산화탄소는 기체에서 유체로 변환된 뒤 지하에 저장되거나 활용을 위해 운송된다.
OCCS, 세 가지 과제 해결해야
선상 탄소 포집·저장 장치는 연료를 연소하기 전 또는 후에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연료를 가스로 기화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연소하며 발생하는 배기가스에서 포집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둘 중 한 가지 방법으로 포집된 탄소는 고압 탱크에 액체 형태나 석회석과 같은 고체 광물 형태로 저장된다.

OCCS는 크게 세 가지 과제(선내 공간 부족, 높은 비용, 포집 후 탄소 활용 방안 부족)를 해결해야 상용화할 수 있다. 선상 탄소 포집·저장 장치를 설치하려면 탄소포집 장치와 저장 탱크, 에너지 공급용 전력 장치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기존 화물도 함께 운송하려면 넓은 공간 확보가 불가피하다. 또 걸러진 탄소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시켜야 하는데, 그 방법이 적고 비용은 많이 든다.

이 중 일부 과제를 한화는 이미 해결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선상 탄소 포집·저장 장치는 업계 대비 크기가 작고 에너지 사용량이 적다. 이 때문에 활용도가 높고 공간 효율이 뛰어나다. 포집 탄소의 활용 방안도 적극 개발 중이다. 특히 포집된 탄소를 안전하게 운송해 자연친화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미래에는 광물 형태로 포집된 탄소를 육지에서 처리하거나 바다에서 폐기할 수도 있다.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 기반 친환경 추진 시스템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선박도 개발 중이다. 연소 전 가스에서 수소와 탄소를 분리하는 사전연소 탄소 포집·저장 장치를 활용하면 분리된 수소 화합물을 선박의 순환 연료로 쓸 수 있다. 포집된 탄소는 철보다 강해 건축 자재나 차량에 쓰이는 고체 탄소 나노튜브로도 변환시킬 수 있다.
선박 '탄소 포집 장치' 공동연구…기술 고도화·최적화 나선 K조선
OCCS 기술 개발 경쟁 격화

기업들은 OCCS 기술을 적극 개발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0월 한국선급(KR)으로부터 선상 탄소 포집·저장 장치에 대한 개념 승인(AiP)을 획득했다. 개념 승인이란 주로 제작되지 않은 개념 설계의 원칙 승인을 의미한다. 신기술이나 신개념 설계안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타당성을 판별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이 기술의 개념 승인을 받아 해운산업에서 입지를 마련할 중요한 관문을 통과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2022년 그리스 해운사 가스로그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선상 탄소 포집·저장 장치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화오션은 가스로그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네 척을 인수했고, 이 선박들에 선상 탄소포집저장 장치를 설치해 올해 반환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한화오션은 최근 그리스의 또 다른 해운사인 나프토마로부터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각 운반선은 9만3000㎥의 암모니아를 운송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한화오션의 연료 절감 시스템과 스마트십 플랫폼이 장착될 예정이다. 이 선박은 암모니아 추진 전환도 가능한 친환경 선박으로, 2027년 상반기까지 인도를 완료할 계획이다.

HMM, 삼성중공업, 조선기자재업체 파나시아, 선박검사업체 한국선급 등 조선 및 해운 기업들이 선박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포집하기 위해 공동 연구에 나선다고 지난해 4월 발표했다. 4개 기업은 HMM이 운항 중인 21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에 자체 개발한 OCCS 설비를 장착했다. 이 설비는 하루 24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액화 저장하는 고용량 시설이다. 삼성중공업과 파나시아가 설계부터 제작·설치·시운전을 담당하고, HMM이 시설 운영을 맡고 있다. 한국선급은 선박의 위험성 등을 평가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과 파나시아는 실증 이후 기술 경쟁력을 높여 OCCS를 제품화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해부터 영국 에든버러대와 함께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OCCS) 고도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HD유럽연구센터에 5년 동안 1500만유로(약 220억원, 지난해 시작)를 투자한다. 올해까지 에든버러대가 자체 개발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PSA-SPUR)을 자사가 건조하는 선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탄소 흡착 공정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고체 흡착제를 활용해 기존 방식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CCUS 기술을 보유한 영국 카본클린과 함께 OCCS 사업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을 맺은 바 있다. 카본클린은 회전체를 이용해 탄소 포집 설비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사이클론CC’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OCCS 분야에 최적화된 탄소포집설비 모듈 개발과 실증화를 위해 협력한다.

김형규 기자/도움말=한화그룹 소식지 한화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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